[마켓인사이트]확 늘어난 1000억 펀드...대형 벤처펀드 시대 도래

입력 2021-01-06 17:04  

≪이 기사는 01월06일(04: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000억원 이상 대형 벤처펀드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다. 2017년까지 누적 20개에 그쳤던 대형 벤처펀드는 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며 60개에 육박했다. 모태펀드 등 벤처펀드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이 수 년째 이어진 결과다.

국내 벤처펀드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급 기업을 키우는 스케일업 투자의 해외 독식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상장전투자(프리IPO), 세컨더리(구주거래)등 기업 후기 단계 투자도 보다 고도화될 전망이다.

◆2020년 대형 벤처펀드 결성 17개...역대 최대

5일 마켓인사이트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와 업계 정보를 종합한 결과 2020년 한 해 동안 결성된 1000억원 이상 벤처투자조합(이하 대형 벤처펀드)은 17개로 잠정 집계됐다. 14개의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가 결성된 2018년을 넘어선 수치로, 대형 벤처펀드로 조성된 자금만 3조원에 달한다. 5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의 60% 가량이 대형 벤처펀드로 구성된 셈이다.

대부분 1000억원대에 머물렀던 2018년에 비해 결성 펀드 숫자 뿐 아니라 개별 펀드 규모도 커졌다. 하나의 펀드에 운용 역량을 집중하는 '원펀드(One-Fund)' 전략으로 유명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벤처투자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대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3000억원대 펀드를 결성했다. 그전까지 3000억원대 벤처펀드는 2개에 불과했다.

벤처펀드의 대형화는 2017년 이후 가속화된 흐름이다. 1980년대 이후 시작된 국내 벤처투자 역사에서 대형 벤처펀드는 지난 해까지 60개가 결성됐다. 이 가운데 60%를 넘는 37개 펀드가 2018년 이후 3년 내에 결성됐다. 정부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성장사다리펀드)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매년 2조원에 육박하는 정책자금을 투입한 결과다.

대형 벤처펀드의 증가는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창업 초기를 거쳐 어느정도 검증된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스케일업'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급 기업 탄생에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펀드 규모가 작다보니 건당 수천억원, 운용사당 최소 1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유니콘 레벨 투자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국내 VC들의 한계가 개선되는 셈이다.

다른 운용사가 키워낸 기업의 구주를 인수하는 세컨더리 투자나 기존 투자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팔로온 투자), 좁은 국내 시장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외 투자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3500억원 규모 '한국투자바이오글로벌펀드'는 글로벌 바이오 벤처에 집중 투자한다. 3100억원 규모로 결성된 LB인베스트먼트의 '넥스트유니콘펀드'는 유망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스케일업이 핵심 전략이다.

그 외에도 네오플럭스, 인터베스트 등 운용사는 세컨더리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각각 1200억원, 108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해시드벤처스는 국내선 처음으로 12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전문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규모 펀드 자금을 안정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선 보다 고도화된 전략과 전문화된 인력이 요구된다"며 "대형 펀드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벤처투자 업계도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시장 머니게임으로 흐를 것...양극화 우려"

정부가 '정책형 뉴딜펀드' '스마트대한민국펀드'등 정책펀드들을 잇따라 추진하며 올해도 대형 펀드 결성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1조원을 출자해 3조원 이상의 자펀드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정책형 뉴딜펀드 정시 출자사업을 공고했다. 출자 공고엔 최소 3개 이상의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에 7500억원을 투입하는 한국벤처투자 역시 최소 3개 이상의 대형 펀드 조성을 계획에 담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대형 펀드들의 출범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업계에 미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벤처펀드의 만기는 통상 8년, 투자 기간은 3~4년에 걸쳐 이뤄진다. 이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시장서 투자를 진행하는 대형펀드는 3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운용사마다 차별화된 부분도 있지만 대형 펀드의 투자 대상은 시리즈B 이후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선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한 VC 대표는 "빠르게 확대된 펀드 사이즈에 비해 국내 시장은 여전히 협소하고, 해외 투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만한 기업은 적으니 밸류에이션 거품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내 양극화는 양날의 검이다. 탐낼만한 투자 대상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대형 펀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간 한 기업에 대한 시리즈 투자에 여러 운용사가 함께 참여하던 '클럽딜' 관행이 깨질 가능성이 업계 내에서 제기된다. 후기 투자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질 경우, 투자 규모가 많아야 100억~200억원 수준인 시리즈B 이하 초기 투자를 대형 펀드가 뭉칫돈을 들고 독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중형 VC 관계자는 "운용사 간 경쟁은 업계 전반의 역량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대형 펀드의 범람으로 초기, 후기 투자 가릴 것 없이 모든 벤처투자 영역이 '머니게임'으로 흘러갈 경우 투자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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